본문 바로가기
영상

넷플릭스 루폴의 드래그레이스 (RuPaul's Drag Race)의 진행자 루폴의 인생 이야기 (2017년 LA 도서관에서의 강연 영상 해석)

by 얀얀이 2020. 11. 8.

루폴이 2017년 10월 6일에 LA공공도서관에 초청되어 1시간 가량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었다.

30분 가량 연설 + 30분 관객과의 Q&A 시간을 가졌다. 이 포스팅에서는 전반부 번역을 적으려 한다.

연설을 통해서는 인생에서 균형을 잡는 법, 고정된 정체성에서 벗어나기와 같은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으며, Q&A 파트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말해주는 등 루폴의 인생관을 들어볼 수 있다. 

 

영상에서 음향이 간혹 너무 귀가 터질 것 같긴 하지만 내용은 좋다. 

 

영상 주제는 머릿 속 고정관념을 치우자는 내용이다. 루폴에게 드래그는 본인이 추구하는 인생 그 자체인데, 사회에서 부여하는 한 가지의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것이다.   

 

이 유튜브 영상은 LA 공공도서관 측에서 올린 건데, 한국어 자막이 없고 달 수 있는 기능도 없어서 블로그에 적어 본다. 미국은 도서관에서 이런 유명인사들과 대중들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사들이 공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루폴 자신이 쇼비즈니스에 종사해 온 엔터테이너로서 말을 유쾌하면서도 깊게 잘 하기도 하고. 

 

루폴은 퀴어 문화를 주류 대중문화로 만들었으며 1960년생으로 반전 운동과 인권 운동의 격동기를 지나 미국 닉슨, 레이건, 빌 클린턴 대통령 시기들을 직접 경험했으며 지금의 트럼프 시기에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유리한 정체성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이+드래그퀸+흑인으로서 꾸준한 커리어 성공을 지켜온 본인의 인생관을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11초 루폴 첫 등장

 

2017년 10월 06일 영상 번역

 

사회자가 간단히 소개한 뒤 1:11초에 루폴이 등장. 관객들이 환호와 박수로 맞이한다.

 

"감사합니다. Library is open*! 도서관이 열렸습니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의 코너 대사 중 하나인데 공공도서관에서 연설하는 날이라 본인의 명대사를 농담으로 활용했다.

이후 도서관까지 온 이야기를 짧게 하고 본론 시작.  

 


루폴은 어렸을 때부터 외계에서 떨어진 느낌을 받으며 어느 집단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제 배경 이야기도 하고 그럴텐데 먼저, 제가 어떻게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자리까지 왔는지를 말하고 싶어요. 저는 샌디에고 출신이고요 LA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210마일 정도죠, 제가 어렸을 땐 아주 영겁처럼 느껴졌지만요. 어쨌든, 지난 주에 저는 라구나비치에서 제 에이전시가 만든 다양성 컨퍼런스에 갔어요. 제 에이전시에 속한 엄청 유명인사들이 있었는데-에이전시는 CAA이구요-그들은 모두 유색인종이었어요. 흑인들, 라틴계, 아시안계였죠. 흥미로운건요, 그 상황이 아주 멋진 전제가 됨에도 저는 여전히 그 자리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이유를 말씀드리죠. 자라면서 언제나 지구에 떨어진 존재같았어요. 저는 한번도 속하질 못했어요. 흑인 애들과도, 백인 애들과도, 게이 애들과도, 아무랑도요. 이런 것이 저로 하여금 앞으로 나아가 우리가 직면한 문화적 장벽들을 탐색하도록 부분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제 컨퍼런스를 다시 말하자면, 유색인종으로서 어떻게 이 억압과 구분의 풍경에서-우리가 지금 처한 환경이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주제였어요. 그리고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전부다 엄청나게 유명한 인사들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요,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정말로 재고를 살펴봐야 해요. 마치 가게를 가진 것처럼, 재고를 살펴야 해요. 이건 상했고, 이건 더이상 기능을 않고, 이건 다시는 안 팔릴거고, 그런 것들을 모두 치워버려야 해요. 그럼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요." 이런저런 비슷한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 주제로 대화를 하진 않았어요. 전 거기서 이 사람 저사람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이 주제로 말할 기회는 없었어요. 그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오늘 이 행사에 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 와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관객 박수


"왜 특정한 카테고리안에 속해야 하죠? 그냥 제가 될 순 없나요?"


"가족 모임에서 조차도요, 저는 별로 잘 속하질 못해요. 이런 말을 하고 싶네요. 그 컨퍼런스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제가 소개를 하면-저는 아주 예민한 소년이랍니다- 받아들이질 못하는거에요. 그들의 의식 속에서 저를 어떻게 카테고리화할지를 모르는 거에요. "당신은 이렇고, 저렇고, 드래그퀸 하고, 그럼 여자가 되고 싶은 건가요?" 그러니까, 저를 어떤 대상으로 인식해야 할 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말이죠, 왜 저를 어떤 대상이라고 꼭 인식 해야하죠? 그냥 있는 그대로는 안되나요? "

 

"그래서 그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제 마음 속의 희망사항은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거에요. 사실상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런 상태였어요. 저는 그 이유가, 사람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지만 유효하지 않은 생각의 재고들을 빼내지 못하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렸어요.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자리가 필요하죠. 흑인 동료들 중에서-사실 꽤나 보수적이에요-교회 이념을 갖고, 둘다 루이지애나 출신이고요-아주 시골이죠- 그들한테는 이 생각을 "추진하는게" 어려운 거에요. 그래서 이 컨퍼런스에서 조차, 말하자면 노예 유대-기독교의 이야기가 가지는 지배적인 무게가 있고요.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 이념이 들어갈 자리는 있어요. 그렇지만, 그걸 업데이트 해야하는거죠. 제가 그런 이념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한테는 제 삶에서 방향을 탐색하는 것이 쉬웠던 거에요."


"가지고 있는 믿음체계를 재고 정리하듯이 업데이트 해야 해요. 옷장 정리처럼 어려워도요."


"그래서, 제가 그 컨퍼런스에 있었을 때, 인류가 그걸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이 저는 좀 우울했어요. 사실, 선거 후에 우리가 아직도 과거와 똑같은 속임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점이 더 우울했죠. (참고: 트럼프 당선이 2016년, 이 강연은 2017년) 정말 이렇게 속아넘어가는 건가요? 전 이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 이미 봤는데 사람들은 또 여기에 빠지더군요. 왜냐면 인간은 결과가 발생해야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죠. 결과가 있어야만. 주디 판사(미국 리얼리티쇼에 나오는 판사)도 매일 이렇게 말하죠.(청중 웃음) "돈을 추적하라, 이득이 무엇인가?" 무엇이 사람들을 오래된 재고를 쌓아두도록 만들까요? 사람들은 그로부터 무엇을 얻을까요? 당신의 (의식 속의)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은요, 당신의 믿음체계를 해체하도록 만듭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꺼내서, 다시 유효한 것들로 채워야합니다."

 

"저는 웨스트 할리우드에 아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제 옷들만을 위해 헌정된 공간이죠. (루폴, 청중 웃음, 박수) 정말입니다. 다 옷들이죠. 일을 하러 갔다가 다시 물건들을 가져다 놓는 것이 반복되죠. 다시 아파트로 돌아갈 때면 저는 일이 자주, 많기 때문에 완전히 난장판입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지난 몇 주간 일을 했는데요, 바로 지난 주에는 다시 들어가서 모든 것을 항목별로 정리했어요. 제가 그 일을 그때까지 안 한 이유는요, 물건 하나하나에 감성적이 되어서에요. "오, 이 옷을 입었었지", "맞아, 맞아" 하면서요. 그런 감성적인 게 매일 일어나요. 그래서 정리하자면 일이 많아지죠. 저는 사람들이 그런 재고 정리를 하는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 이해해요. 그 컨퍼런스를 궁극적으로 저는 공감을 해요 그치만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래요."


 

"우리는 인간의 몸으로 드래그를 하고 있는 거에요."


 

"제가 15살 때, 샌디에고에서 아틀랜타 조지아로 이사갔어요. 공연예술 학교를 갔죠. 그건 마치 저의 바르미츠바같았습니다. (bar mitzvah 유대교에서 13세가 된 소년의 성인식) 왜냐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에 저는 새롭게 저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곳 사람들은 저에게 샌디에고 사람들과 다른 기대를 했죠. 제가 샌디에고에 있었을 때는요 사실 속하기 위해서 단순화해야 했어요."

 

"오늘 좀전에 <아내는 요술쟁이(Bewitched> (1964년 미국 시트콤- 마녀가 인간 세상에서 평범한 주부인척 살아가는 내용)를 시청했어요."

(청중 웃음)

"아내는 요술쟁이"는 굉장해요. 웃음소리 녹음이 너무 심해서 프로그램을 망치긴 하지만요, 상위의 인물에 대한 스토리인데요. 정말 영리합니다. 누구보다 영리하죠. 사랑 때문에, 그녀에게 일어나는 작은 일 때문에, 그녀는 잠시동안 멍청이인척 하죠.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어떤 상황들이 일어나죠. 저도 똑같았어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쇼가 지금도 있는 이유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우리로서 인식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각각은 신이거나 상위의 대단한 개체들입니다. 그리고 우린 작은 역을 맡죠. 우리는 이 인간의 몸 속에서 드래그를 하고서 작은 역을 맡고 있는 겁니다. 이게 제가 샌디에고에서 느낀 거에요."

 

"그렇지만 아틀란타로 이사했을 때 저는 변화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변화했습니다. 저는 정말 멋진, 저와 같은, 주위의 것들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 주위에는 데이비드 보위와 예술을 사랑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환각제로 시험을 하곤 했어요. (청중 웃음) 영원히는 아니지만 당신의 의식을 확장하는 데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어요. 근데 환각제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죠. (청중 웃음) 어떤 날에는 아침에 혼자서 명상을 하고 세상을 새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밖에 나갔더니 제가 보이는 거에요. 저의 의식을 의식하는 거죠. 로켓을 만들 정도의 과학도 아니고, 그만큼 간단한 거죠."

 

-----

 

2편에서 계속

댓글